매거진 인류연재

사면서 산다

Fargo 에서

by 준혜이

집에서 살림을 할 때 나는 쓸데없이 사고 싶은 건 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중이거나 지금처럼 남편 출장지에서 생활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거의 매일 콜라를 마시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여기에서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오래오래 쳐다본다. 사실 나는 쇼핑의 유혹에서 벗어나 볼 수 있을까하고 여행가방 속에 클렌징폼이나 화장솜을 일부러 챙겨 넣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뭐라도 하나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전에 나는 아무 가게 화장품 코너로 들어간다. 그렇게 돈을 쓰기 시작한다.


어제는 아이들과 반스앤노블에 가서 책을 읽고 레고를 갖고 놀다 장난감 구경을 했다. 서점에 가기 전부터 나는 딸아이에게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용돈을 잘 챙기라고 했다. 남편은 유치원에 2주나 못가는 딸아이가 불쌍하다며 이번 주 용돈으로 10불을 줬다. 가게에 가서 딸아이가 직접 돈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실패였다. 내가 장난감 가격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딸아이와 같이 장난감을 들고 계산대로 갔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 열쇠고리와 헬로키티 핸드폰줄, 이 두 개가 15불이었다. 계산대 위에 딸아이가 올려놓은 10불을 내 주머니 속에 넣고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냈다. 너 나한테 5불 빚졌어, 라고 말하면 딸아이가 이해할 리 없다. 이 일로 가격표를 대충보고 물건을 사는 내 버릇이 조금 나아질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딸아이가 유치원까지 빠지면서 출장을 따라와준 게 너무 기쁘고 고마운 남편은 Target에서 마실 물을 사고 딸아이 장난감을 몇 개 사줬다. 원래 곰돌이는 한마리였는데 곰돌이에 반한 내가 온 가족이 하나씩 네 개를 더 사야한다고 해서 다섯 마리가 되었다.


엄마로 사는 게 양보와 억울함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늘어난 곰돌이들을 보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우리집의 모든 규칙의 예외가, 엄마가 좋아하면 다 괜찮아,니까. 장난감 곰돌이가 나에게 주는 즐거움이 어른이 될 아이들의 디딤돌이자 걸림돌인이다. 내일은 아이들에게 (내가 싫어하니까!) 안된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내가 어렸을 때 사먹던 캬라멜 상자 속의 곰돌이가 기억났다. 나는 아이들에게서 내 어린시절을 보려고 하는걸까. 곰돌이 가족을 다 모은 기억은 나는데 그 다음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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