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생일

by 준혜이

이번 주 수요일은 딸아이의 다섯번째 생일이었다. 남편이 출장가기 전 일요일, 우리는 컵케이크를 사서 온 가족이 딸아이의 생일을 미리 축하했다. 촛불이 꺼지고 나는 딸아이의 생일이 단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딸아이는 다섯 살이 되면 혼자 자기로 약속했다. 생일이 다가오자 딸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엄마랑 같이 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는 기뻤지만 티내지 않았다.


출장 중인 남편은 딸아이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갔으면서 또 장난감을 사서 보냈다. 딸아이는 생일날 아침 일곱시에 웃으면서 일어나 선물을 뜯었다.


나는 컵케이크 30개를 유치원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했다. 자고 있는 둘째를 아기띠로 안고 컵케이크 상자를 유모차에 태웠다. 컵케이크의 안전을 위해서 나는 아주 천천히 걸었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이 이렇게 울퉁불퉁 한 줄 몰랐다.



태권도 사범님은 생일을 맞은 딸아이에게 특별히 검은띠를 빌려주었다.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는 박력있었다. 생일마다 가족들에게만 축하받던 딸아이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 걸 보니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태권도장에서 딸아이 친구 C의 아빠에게 쿠키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별 거 아니라는 듯 나에게 윙크를 했다. 역시 윙크는 외국인의 것이다. 남편이 나한테 윙크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딸아이의 생일날 만큼은 내가 큰소리를 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딸아이가 플레이도를 꺼내 달라고 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문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는다. 내 등 뒤로 "잠겼지?", 딸아이가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문을 잠근 게 아니라고 두 번, 세 번 이야기 한다. 잠긴 문을 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이 열리자 딸아이가 혼날까봐 거짓말을 했다고 내가 듣고 싶던 말을 해주었다.


나는 딸아이가 문을 잠궈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딸아이도 나도 문을 잠근게 아니라면 우리집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 일테니까 딸아이가 문을 잠근 것이 아주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얘기하다보니 당연히 열릴 거라고 생각했던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했던 마음과 뾰족한 걸 찾아 헤매던 나의 수고가 더이상 짜증스럽지 않았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고,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오시면 딸아이의 생일 축하는 다시 시작 될 것이다. 하나를 사랑하는 여럿 속에 있으면 나는 내가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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