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에는 내가

by 준혜이

딸아이를 낳고 거의 한달동안 나는 안경을 낀 채로 잠을 잤다. 한밤중에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더듬더듬 딸아이를 안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애시절의 나는 남편에게 안경 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더이상 콘텐트렌즈를 사지 않게 된 건 남편에게 잘 보이려는 나의 노력 하나가 완전히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딸아이와 같이 샤워를 마치고 안경을 벗은 채로 딸아이의 몸에 로션을 발라주는데 딸아이는 내가 안경을 안쓰면 다른 사람같다고 얘기한다. 처음 보는 언니같다고 해서 나는 크게 웃었다. 왜 처음 보는 아줌마가 아니고 언니냐고 묻자, 딸아이는 내가 별로 늙지도 않고 스키니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를 보는 가족들의 눈동자마다 다른 모습의 내가 들어있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 나 뿐이었다는 걸 알고 이소라의 노래를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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