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차이나타운, 구겐하임 미술관

유모차로 NYC

by 준혜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함께 무인도로 떠나는 상상을 해보는 건 서로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감정싸움으로 서로가 알게 모르게 지쳐버린 탓이 아닐까한다.


서로에게 잘못한 일이 없어도 우리는 조용히 싸울 때가 많다.


딤섬을 먹으러 간 플러싱에는 중국인들의 구정행사가 한창이었다. 우리가 가야하는 길마다 경찰차가 가로막고 있었고 도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차들로 엉망이었다. 내비게이션과 시아버지는 어디서 유턴을 해야하나 회의를 하고 열 받은 남편은 침묵했다.


집에서 떠난 지 한 시간 반 만에 우리는 차이나타운의 국수집에서 빈 속을 채웠다. 아이들은 집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 배고프다고 보채지 않았다. 아이들과는 성공적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다행이다.


xi'an famous foods. http://xianfoods.com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어긋난 우리의 계획은 처음 먹어보는 국수로 달랬다.



주차를 하고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걸어가는 길은 유난히 따뜻했던 올 겨울의 반전이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콧 속이 얼었다.



토요일의 미술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서점을 예전보다 지금 훨씬 더 좋아한다. 가만히,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나에게는 비현실이다. 그림을, 책을, 다양한 예술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전시회 속 또 하나의 작품이다. 좋은 것을 대하면 나는 그것을 닮고 싶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다가 나도 한 번 그려보고 싶었다. 한 쪽 구석에서 남편도 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나는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가 그린 피카소는 아이들이 갖고 놀다가 잃어버렸다. 딸아이의 선택을 받은 나의 피카소만 사진으로 남았다.


딸아이는 찰흙을 모래색 플레이도라고 부르다가 어느 순간 이거 머드야? 물었다. 딸아이가 미술관에서 재미있게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걸 보니 집에서 얌전히 놀고 있는 딸아이를 상상하기 쉬웠다.



우리가 무인도에서 둘이 살게 된다면 날씨 때문에 싸울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서로에게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산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결혼 생활은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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