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뉴욕, 뉴욕

타임스퀘어,센트럴파크,메트로폴리탄박물관

by 준혜이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살 수가 없다. 아침이 오면 밤이 되기를 바라고 월요일이면 지난 주말과 다가오는 주말 사이를 뛰어넘는 방법을 연구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덜 피곤한 날이 됐으면 좋겠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마친 모습으로 주말을 맞이한다. 출장을 다녀온 남편은 우리의 모든 주말이 휴가 같기를 원한다. 나는 그게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아무 생각 없을 때도 있다.


우버 운전수가 크게 틀어놓은 알앤비는 듣기 좋았다. 노래 소리가 너무 크면 말해달라고 한마디 할 만도 한데 우버 운전수는 아무 말 없이 소울풀하게 운전을 한다. 아주 오래 전에 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운전하는 버스기사를 꿈꾼 적이 있다. 하루종일 같은 노선을 반복하는 운전이 시작과 끝의 경계를 흩뜨리는 파괴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나는 운전면허가 없었다.


이번 주말은 뉴욕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타임스퀘어 근처 호텔에 짐을 풀자 우리는 아주 멀리 여행 온 기분 신이 났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간다. 걸어가다가 힘들면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타임스퀘어를 지나 센트럴파크에서 딸아이에게 회전목마를 태워주면서 잠깐 쉬었다.


늙은 나는 하얗게 나는 머리카락을 염색하지 않을 용기가 있을 지 모르겠다.


걸으면 짜증이 날 것 같은 순간에 우리는 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에는 신기하고 귀엽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 여정의 실패를 인정하고 호텔로 돌아가야만 했다. 박물관을 걸어다녀야 할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먼 길을 걸어와서 우리는 너무 피곤했다. 한국관은 구경도 못하고 나왔다.


호텔에 돌아와서 쉬다 나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와 일찍 잠을 잤다. 집에서와 다를 것 없는 토요일 밤이었다.



일요일 아침 브라이언 파크를 산책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변태를 만났다. 바지를 시원하게 내리고 걸어가는 아저씨는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나는 큰소리로 웃었고 남편은 화를 냈다. 유모차를 탄 딸아이는 별 말이 없었는데 우리는 무엇을 보았냐고 딸아이에게 차마 묻지 못했다.


길에서 여자의 벗은 몸을 보게 된다면 나도 남편처럼 불쾌해할 지 궁금하다. 그리고 저런 변태 아저씨도 포경수술을 했는데 우리 아들도 태어나자마자 해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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