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수상 소감을 보다가 나는 남편이 얼마 전에 한 얘기가 떠올라서 웃었다. 내 남편이 디카프리오와 잘생긴 정도만 다른 게 아니라 생각도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굳이 알 필요가 없었는데 알게 되어서 그랬다.
내가 환경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이틀에 한 번 쯤은 환경과 관련된 뉴스를 읽게 된다. 사실 예상 밖의 날씨만 아니면 내가 지구 환경 변화의 댓가를 경험할 일은 별로 없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 비극에 대한 환상처럼 나는 오염된 지구에 대해서도 현실감 없이 막연한 공포만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남편에게 캡슐커피가 자원낭비라는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캡슐이 재활용 가능하고 땅에 묻으면 썩는 재료로 만든다면서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구를 위해서 불편을 감수하거나 말거나 기업들은 계속 돈을 벌어들일거라고 남편은 덧붙였다. 그리고 자신은 지구를 뷔페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이 많이 먹으면 자신도 많이 먹을 거라고 했다.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세상에는 지구를 걱정 할 여유가 있다. 남편이 나한테 환경오염 걱정할 시간에 집안일에나 신경쓰라고 쏘아붙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집의 오염 정도는 지구멸망 수준이니까 말이다.
나는 내 눈 앞의 엉망진창을 외면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위협을 우리의 대화에 자주 끌어들인다. 그렇게 남편을 나와 생각이 다른 나쁜놈으로 만들고나면 내가 정의의 사도가 된 것 같은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디카프리오를 떠올리면서 남편과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