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쓴 모든 문장을 인공지능에 입력하면 작가가 죽더라도 그의 저작 활동은 계속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알파고가 바둑 기사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3천만 가지의 바둑 수를 연습했다는 뉴스를 읽으니 세상에 많은 문장을 남긴 작가일수록 인공지능으로 끝없이 신작을 내는 작가가 될 확률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승부를 보기 위한 바둑에서의 속임수와 이유를 알기 힘든 작가의 거짓말을 인공지능이 어떻게 배우고 응용할 지 궁금하다. 인공지능은 기술력과 시간의 마법으로 우리의 정신이 낳은 새로운 인류가 될 것 같다.
내가 남긴 기록으로 나 없이 계속될 생각은 추상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커피를 줄였다는 문장은 살아있는 몸의 이야기일테니까 말이다. 나는 내 일기를 인공지능에 입력시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유언으로 남겨야겠다. 그런데 내가 살아있는 동안 집집마다 인공지능을 하나씩 두고 살게 될 지 모르겠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신경써서 남겨주어야 할 것은 물질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넘는 정신의 잔소리다 ㅋㅋ
다음 세대를 위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져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탈리아 밀라노 2014년 3월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 내 눈에 지금의 유럽은 뛰어난 부모를 둔, 뭘해도 부모보다 부족한 자식 같다. 너희가 더 좋은 걸 이루기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의 절망을 덜어주기 위해 내가 조금 망쳐주겠어, 라는 악마같은 생각이 들어 성당에 씹던 껌을 붙일까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