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2인용 식탁

워싱턴 D.C.

by 준혜이

워싱턴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놓고 나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호텔 근처에 먹을 데가 많을 줄 알고 무작정 걷다가 백악관을 구경하고 12시가 넘어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텔방에서 남편이 회사일을 하는 동안 나는 애들이랑 Washington Monument를 보러 갔다. 워싱턴은 길이 넓고 멋있는 건물이 많아서 걸어다니기만 해도 좋다.


점심에 다 먹지 못하고 식당에서 싸온 샌드위치는 내일 아침에 먹기로 하고 일을 마친 남편을 만나 워싱턴 다운타운에 있는 일식당으로 갔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우리 뒤 테이블에 한국인 남녀 두 명이 앉았다. 내 자리에서는 서로 마주 앉은 두 사람을 TV처럼 바라볼 수 있었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그런건지, 원래 그런 사람인지 남자는 여자와 메뉴를 얘기하면서 계속 미소지었다. 두 사람은 에피타이저 두 개를 시키고 메인 요리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우리 가까이에 한국 사람이 있으면 말수가 적어진다. 가슴을 젖이라고만 말하던 남편을 내가 심하게 놀린 적이 있 남편은 한국사람들 앞에서 말조심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얘기를 하면서 사는지 엿듣기 바 입을 닫는다.


두 사람은 사케를 마시면서 술에 취해 창피했던 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상을 손쉽게 모험으로 만드는 술. 무사히 술에서 깨어나면 좋아하는 사람과 제 정신으로 식사 할 기회가 생긴다. 적어도 저 두 사람에게는 그랬다.


우리가 주문한 오코노미야끼가 나왔다. 나는 뜨거운 오코노미야끼를 한 입에 넣고 너무 뜨거워서 입을 벌려 괴로워했다.


두 사람도 오코노미야끼를 주문했다. 입을 벌리고 음식을 식히던 내 눈에 두 사람의 앞접시에 한 입 크기로 잘린 오코노미야끼가 보였다. 두 사람은 올 여름이 오기 전에 서로의 잡고 걷게 될 지 궁금했다.


리가 저 두 사람의 미래일까.


호텔로 걸어가는 길에 남편에게 내가 한 입에 넣은 오코노미야끼와 두 사람의 조각난 오코노미야끼에 대해서 얘기했다. 남편은 내가 오코노미야끼를 입 속에 넣자마자 입을 크게 벌리길래 오코노미야끼가 얼마나 뜨거워서 저러나했다고 한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나는 기차에서 남편이 화를 낼 때 그만 좀 하라고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남편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남편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게 서운하다고 했다. 코딱지를 파는 아이들의 손을 치우는 것처럼 나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남편이 하고 있으면 말리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쉬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가 2인용 식탁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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