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꽃보다 코랄

워싱턴 D.C.

by 준혜이

입장료를 내지 않고 동물원에 들어가는 게 우리는 어색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동물원 지도를 5불로 사고 나서야 우리의 발걸음이 당당해졌다. 공짜는 의심스럽고, 과한 친절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동물원 바로 건너편에는 아파트가 있었다. 동물원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밤이 되면 동물들이 내는 소리가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동물원은 넓었다.


우리는 사실 워싱턴에 판다를 보러왔다.


판다 똥에서 으깨진 대나무 냄새가 난다는 걸알게 되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내가 장미꽃만 먹고 산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걸 판다는 매일 하고 있었다. 사람 속에 들어갔다 나왔어도 세상을 더럽히지 않는 걸 만드는 일은 임신과 출산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엄마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ㅋㅋ


아기띠로 안고 있던 둘째를 내려줬더니 아주 좋아한다. 둘째가 나한테서 뛰어 도망다니는데 아이가 벌써 이만큼이나 자랐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내가 둘째를 너무 오래 안고 다닌 것 같기도 하다.



바닷속에서 꽃 대신 코랄을 든 신부를 상상했다. 코랄이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걸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코랄을 들고 있는 신부를 더 매력적으로 그려볼 수는 있었다.


남편이 뇌가 없는데 이게 무슨 동물이야, 라고 말했다. 나는 뭐 이런 게 다 있지, 라는 표정을 지어서 남편에게 보여줄까 했지만 코랄에 취한 나의 뇌가 남편에게 눈길도 주지말라고 명령했다.


동물을 사람처럼 대할 필요가 없다는 남편에게 나는 한국에서 키우던 우리집 강아지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자 남편이 자신은 동물을 좋아한다는 나처럼 재미로 벌레를 잡아 죽이거나 강아지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에게 잡혀 집에 돌아가지 못한 수많은 잠자리, 풍뎅이, 개미, 개구리들과 내 손길을 숱하게 거부하고 낑낑거리며 내 동생에게 도움을 구하던 우리 강아지를 나는 아주 많이 좋아했다.


나는 남편과 동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동물구호단체에 우리 전재산을 기부하면 우리 사이가 끝난 건 줄 알라고 괜한 협박을 했다. 나의 잔인한 애정표현에 남편은 익숙해진 것 같다.


집에 벌레가 보이면 나를 찾는 남편은 본의 아니게 생명존중을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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