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후, 딸아이 유치원에서는 학예회가 열렸다. 이 날을 위해 유치원 선생님과 아이들은 거의 한 달을 연습했다.
딸아이는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와 율동으로 매일 저녁 내 앞에서 공연을 했다. 나는 딸아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구글 검색해서 제목을 알아내고, 유투브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들려준 노래와 같은 걸 찾아주다가 짜증을 낸 적도 있다.
율동을 하면서 딸아이는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알고보니 딸아이가 친구들이 맡은 부분까지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거였다. 내가 딸아이에게도 따로 맡은 역할이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딸아이는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자꾸 다른 친구들 율동만 연습하는 걸 보니 그 노래가 특히 딸아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나는 유치원 선생님의 탁월한 선곡을 칭찬하고 딸아이가 집에서 하도 율동연습을 하는 바람에 내가 다 외워버렸다며 선생님 앞에서 율동 동작 몇 개를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마침 딸아이가 좋아하는 노래에 율동할 사람이 하나 더 필요했다며 딸아이에게 맡겨야겠다는 말을 나에게 남기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래서 딸아이는 이번 학예회에서 두 개의 역할을 갖게 되었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유치원 선생님 앞에서 내가 한 짓이 부끄러웠지만 아이 엄마에게 수치심은 사치일 뿐.
딸아이는 드디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배우가 되었다며 기뻐했다. 나는 딸아이가 집에서 열심히 연습한 걸 선생님이 알아본 거라고 말하면서 내가 선생님 앞에서 굳이 율동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앞에서만 주인공인 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이 춤 추고 노래했다. 딸아이가 신나서 노래하고 춤 추는데 나는 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지 모르겠다. 한 시간을 가만히 한 자리에서 버티는 건 둘째에게 무리라 학예회가 끝날 때쯤 나는 둘째와 강당 출입구 쪽에 서 있었다.
학예회가 끝나고 유치원 교실에서, 복도에서 마주친 딸아이 친구들 부모님이 딸아이를 칭찬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딸아이에게 재능이 있건없건 상관없이 속으로 예체능은 취미로만,을 외쳤다. 딸아이가 나와 남편을 반반 닮았다면 예체능을 취미로도 못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