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돌림노래

by 준혜이

일요일 아침에 남편이랑 싸웠다. 이렇게 크게 다툰 건 아주 오랜만이다. 애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싸움은 늘 이런 식이다. 아이들 외출 준비를 하는 와중에 우리 사이를 오고가는 대화와 짜증. 어떤 날은 남편이 참고, 남편이 참아주지 않는 날에는 싸움이 난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는 나를 대신해 목소리 높여 남편에게 대드는 딸아이가 있다. 부부싸움으로 시작해 부모 자식간의 싸움으로 끝나는 슬픈 이야기. 나는 남편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옆동네 잔디밭에 축구를 하러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아이들과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조금 울었지만 어린시절 나의 부모님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은 각자의 인생을 한 집에 모아놓고 서로에게 직접적인 잘못을 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라 그런 것 같다. 결혼이라는 돌림노래를 가족들이 여기저기 그려놓은 도돌이표에 맞춰 우리가 즐겁게만 부르기도 그만 부를 수도 없다.


이번 주 일요일에 결혼하는 남편의 유일한 한국인 대학동기에게 메세지가 왔다. 자신의 가족들끼리 결혼식 전날 같이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티켓이 한 장 남았다고. 아이들은 남편과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 봐줄 수 있으니 내가 그 공연을 보러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고 남편 친구가 새로 이 세상에 소개할 돌림노래도 결국에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와 비슷해질까 생각하면서 웃었다. 위로는 엉뚱한 곳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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