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미인과 카지노

라스베가스

by 준혜이

나는 언제나 두 아이가 같은 시간에 잠들고 깨는 기적을 꿈꾼다. 하지만 둘은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잠을 자고 가끔 서로의 잠을 방해하면서 즐거워한다.


좁은 창 밖으로 아름답고 웅장하겠다는 의도없이 타고난 대자연이 보인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남편 친구가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친구는 자신의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저녁준비를 했으니 빨리 가서 밥을 먹자고도 했다.


나는 남편 친구의 엄마를 거의 10년 전쯤에 한 번 만났다. 남편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의 엄마한테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이었다. 보통 자식들은 부모를 닮으니까 나는 별 생각없이 안방문을 열고 나오는 남편 친구 엄마에게 고개 숙일 준비를 하다가 그만 그분의 미모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내가 실제로 만난 여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는 그 분이 한국에서 영화배우를 하다가 결혼하고 캐나다로 이민와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은퇴한 여배우를 이렇게 시시하게 만날리가. 남편 친구의 엄마는 그저 아름다운 여자였다.


남편 친구의 엄마를 라스베가스에 도착하자마자 만나게 될 줄 몰라서 나는 당황했다. 가방을 뒤져 급하게 화장을 하기 시작한 나를 남편이 놀리면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화장이 마술처럼 나를 예쁘게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과 설렘이 중년의 미인을 만나는데서 오다니. 나는 얼마 전에 새로 산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남편 친구 부모님이 계시는 숙소로 들어갔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악세사리 딸 하나, 아들 하나를 앞세우고 말이다. 내 모자라도 새 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카지노에 갈려고 하는데 여권을 챙겨갈까말까 하는 남편 친구 가족들의 대화에 내가 어머님은 꼭 가져가셔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끼어들었더니 남편 친구 엄마가 싫지 않은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 치셨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은 그 아름다움에 나는 감탄하면서 젊었을 때 영화배우 할 생각 한 번 안해봤냐고 묻고 싶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학생 연예인 해 볼 생각없어? 라고떡대는 아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사람이 거울 앞에서만 살아가는게 아니므로 미인은 타인을 위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역시 아름다운 게 착한 것 ㅋㅋ


호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나는 한 번 웃어본다. 둘째가 내 다리에 매달려 거울 속에 들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비싸게 얻은 보석, 너는 아름답지만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


그나저나 나는 이번에 카지노에 가면 돈을 좀 딸 수 있을까. 미인과 카지노가 내 가슴 두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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