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의 시대

by 준혜이

아이패드를 비행기 안에 두고 온 걸 알게 된 딸아이는 울면서 비행기를 다시 타러 가야한다고 했다. 비행기는 벌써 멀리 떠났다고 남편이 이야기하자 딸아이는 우리가 언제 다시 라스베가스에 갈 수 있냐고 되물었다. 나는 딸아이가 안쓰러우면서 지금 당장 아이패드를 찾으러 나가야한다는 말에 짜증이 났다. 어쩌면 아이패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시에 나에게 내리꽂히던 남편과 딸아이의 눈빛을 내가 고스란히 받아낸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편은 항공사에 연락을 하고 막무가내로 우는 딸아이와 침묵하고 있는 나에게 아이패드를 사러 나가자고 했다. 둘째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이 울고 있는 딸아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 들이밀었다. 나는 딸아이가 둘째를 밀쳐버릴까봐 몰래 감시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래도 되는걸까 고민스러웠다.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걸 사야된다고 딸아이가 흐느끼면서 말하는데 깨져버린 산타컵 때문에 샤워하다 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산타컵이 특별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딸아이에게 산타컵 이야기와 새로 산 무당벌레컵 이야기를 하면서 딸아이도 곧 괜찮아질거라고 말했다. 아이패드를 새로 사줘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고민은 그걸로 끝이었다.


아이패드가 얼마쯤 하는지 모르고 살았던 나는 아이패드가 비싸고 종류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차피 딸아이는 유투브만 볼 거라서 꼭 아이패드를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딸아이는 전에 쓰던 것과 똑같은 걸 사야겠다고 한다. 숫자 앞에서 노스탤지어는 무의미하다. 나는 내 마음에 드는 타블렛에 유투브를 틀어놓고 딸아이를 불렀다.


아이패드랑 Bye도 못하고 헤어지게 됐다고 우는 딸아이에게 우리는 그 슬픔을 그저 견뎌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상실감을 너무 손쉽게 채워줘버린 우리의 무능함을 딸아이가 눈치채고 이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아이패드 속 어린 딸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은 컴퓨터 어딘가 있겠지, 라고 내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지만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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