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다 알아

by 준혜이

어제 저녁, 잘 준비를 마친 애들을 침대에서 놀게 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나는 화장실 바닥에서 딸아이 머리카락이 한웅큼 붙어있는 테이프를 보았다. 나는 그제서야 딸아이가 두꺼운 테이프를 머리띠처럼 붙이고 거실을 뛰어다니던 게 생각났다.


딸아이는 머리카락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테이프를 손으로 힘껏 뜯어냈다고 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전동 드릴에 옥수수를 끼 먹다가 드릴에 머리카락이 걸려 앞머리가 대머리처럼 몽땅 빠진 여자를 본 나는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테이프를 열심히 떼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하도 천진난만하게 말하길래 나는 방에 불을 켜고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뒤적거리지 않았다.


딸아이가 잠들고 나는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졌다. 머리카락 끝에 뿌리가 없는 걸로 보아 이건 분명 뽑힌 머리카락이 아닌 잘린 머리카락이다.


나는 자고 있는 딸아이를 상냥하게 깨워 머리카락에 대해 다시 물어보았다. 반쯤 잠 딸아이가 아까랑 똑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사람이 잠결에도 거짓말을 할 수 있나 궁금했다. 내가 모른 척 넘어가기에는 식탁 의자 위 가위 손잡이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딸아이가 정말로 그 많은 머리카락을 다 잡아당겨 뽑은 거라면 어떻게 하나도 아프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내 딸의 두피가 통증에 관대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딸아이가 일어나자마자 나는 또 머리카락 이야기를 꺼냈다. 딸아이가 고백한다. 가위로 테이프를 잘랐다고. 그 때 나는 어디 있었냐고 물으니 방에 있었다고 딸아이가 대답한다. 나한테 혼날까봐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다는 딸아이를 보고있자니 울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다음부터는 혼날 걱정하지 말고 뭐든지 나한테 다 이야기해달라고 딸아이에게 말했지만 나는 우리 사이에 이루어지기 힘든 소원을 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네가 대머리가 될 줄 알고 걱정했어.

덜머리?


딸아이는 대머리를 덜머리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덜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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