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꾼의 딸

by 준혜이

국경을 넘을 수 없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서 세관원에게 웃음으로 거짓말 하는 나를 상상해본 적이 있다.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것을 숨기고 말겠다는 의지가 지나쳐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까봐 나는 조심하면서 산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딸아이가 좋아하는 달걀모양의 초콜렛이다. 초콜렛 안에는 장난감이 들어있다.

미국으로 이사하기 전 나는 딸아이에게 킨더서프라이즈는 캐나다에서만 살 수 있는 거라고 자주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몇 달 전, 별 생각없이 딸아이와 둘이 들어간 한 가게에서 킨더서프라이즈를 발견했다.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가격보다 비쌌다. 딸아이는 좋아하는 초콜렛을 갖게 되어 기뻐했고 나는 밀수꾼이 된 기분이었다.


딸아이는 3일동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초콜렛을 하나씩 까서 먹고 장난감을 꺼냈다. 딸아이의 치아와 우리집의 청결을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여기서 멈추었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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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할인까지 받았다며 좋아했다. 우리처럼 이렇게 적극적으로 바가지를 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내가 말하자 남편은 이걸 몰래 갖고 들어오다 걸리면 내야하는 벌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위험을 감수한 사람은 돈을 벌어야 마땅하고 우리는 딸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었으니 결국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면서.


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게 사랑과 돈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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