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사무소 안에 들어간 우리는 공손했다. 차에서 자다 나와 짜증을 내고 있는 딸아이가 손에 든 플레이도를 자꾸 떨어뜨리면서 사무소 바닥은 점점 우리집 거실꼴이 되었다. 둘째는 아기띠 안에서
작은 소리로 오래오래 울었다.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머리 남자는 내가 미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캐나다로 가서 TD 비자를 받아오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자가 캐나다 은행 계좌라도 보여달라고 하고 사무소 안, 우리가 남자를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스마트폰이고 뭐고 인터넷 연결은 어려웠다. 연결된다고 해도 캐나다 은행계좌에는 대머리 남자가 수긍할 만큼의 돈이 없었다. 우리는 차라리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스마트폰 화면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은행계좌를 보고 우리를 비웃으며 캐나다로 돌려보내는 남자의 얼굴까지는 참아낼 자신이 없었다.
대머리 남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손가락으로 우리를 불렀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공손했다.
서류작성을 하고 나의 열 손가락 지문을 다 찍고 엉망인 얼굴로 사진을 찍고, 6달러를 내고 우리는 도망치듯 국경사무소를 빠져나왔다. 친절한 설명없이 이 모든 과정을 손짓, 고갯짓으로 지시한 대머리 남자가 무섭고 짜증났지만 어쨌든 우리는 무사히 미국으로 들어왔다.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남편은 낮에 과속티켓 끊은 곳을 조심히 지나가고 있다고 말을 하며 천천히 운전했다. 그 곳을 빠져나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차 뒤에 경찰차가 따라붙었다.
갓길에서 경찰이 다른 차를 검문 하고 있을 때
갓길 바로 옆 차선으로 운행하면 안된다,고 여자경찰이 말했다. 오늘 낮에 이미 받은 티켓이 있으니
한 번만 봐달라고 남편이 얘기하자
It was me.
여자 경찰의 말에 우리는 얼음이 되었다.
벌금티켓은 받지 않았다. 우리는 그 여자 경찰이 좋아졌다.
토요일 하루동안 겪은 일들이 기가 막혀서 우리는차 안에서 말없이 가다가 뜬금없이 소리를 지르고 웃기도 하고 미친 사람들 같았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
차에서 전화로 예약한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호텔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아주 재미있는 파티중이 아니라 화재경보가 울려서 나와있는 거였다.
우리는 피곤했다. 소방차가 떠나고 모여있던 사람들이 호텔 안으로 흩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아이들과 짐을 꺼냈다.
잠들기 아까운 밤이라고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