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의 교훈

by 준혜이

어제 딸아이 태권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주차된 차 옆에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아저씨는 잠긴 차 문을 열려고 힘을 쓰기도 했다. 자동차 주인이 도망 운전을 하자 아저씨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차 뒷유리를 내리쳤다. 우리는 무서운 아저씨가 따라올까봐 부지런히 걸었다.


딸아이와 아저씨가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며 이야기하다가 나는 딸아이에게 아저씨가 아는 사람에게 화를 낸 것 같냐고 물어봤다. 딸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저씨가 모르는 사람한테 화를 낸 거라고 대답했다.


낯선 사람이 딸아이에게 화를 낸 적은 없지만 내가 딸아이에게 소리친 순간은 셀 수가 없다. 이런 실 경험이 딸아이 마음의 기준을 바꾸어 놓지는 않았나보다. 나는 지팡이로 차 유리에 흠집을 낸 아저씨가 차 주인과 아는 사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낯선 사람도 무섭지만 아는 사람이 더 무서워질 수 있는 법이다. 아무튼 딸아이와 나의 결론은 이제 곧 이사갈 동네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희망적인 기대였다. 나는 속으로 딸아이가 잘 아는 미치광이가 되어 나이든 나를 그려보다 지웠다.


우리는 잠들기 전에 딸아이가 나한테 하루동안 몇 번 혼났는지 같이 세어본다. 혼나지 않은 날은 서로 축하하고, 혼난 날은 서로 사과하고 반성한다. 나는 주로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한다. 매일 잠으로 하루를 마치고, 잠에서 깨어나 새 날을 사는 게 다행스럽다. 내가 더이상 스무살처럼 밤을 샐 수 없는 건, 나이들어서가 아니라 거짓말같은 새 아침이 필요한 잘못을 매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너한테 화내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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