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몬트리올에서 퀘벡시티로 떠나는 날 저녁, 그러니까 딸아이와 내가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나온 오후에 우리는 중국식당에 북경 오리 요리를 먹으러 갔었다. 식당에서 둘째가 하이체어에 앉아 식탁으로 손을 휘젓다가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행히 찻잔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서버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찻잔을 치웠다. 플라스틱 컵 좀 달라는 내 말에 아기가 무슨 차를 마시냐며 플라스틱 컵은 없다고 대답하면서 할아버지가 지나갔다. 나는 슬슬 열 받고 있는 남편 얼굴을 모른 척 했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아저씨, 할아버지들은 늘 이렇게 불친절했던 것 같다. 식당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으면서도 여기 오리 요리가 맛있어서 우리는 기회가 되는데로 이 곳에 온다.
결국 남편이 서버에게 내뱉은 뭘 보냐,는 양아치 같은 말을 시작으로 남편과 서버 할아버지와의 신경전이 부부싸움으로, 딸아이의 울음과 비명으로 번졌다. 나는 둘째를 안고 딸아이 손을 잡은 다음 여기서 밥 안먹어, 라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딸아이에게 나는 아빠가 화낼만 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화가 나면 예쁘게 말하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퀘벡시티에서 몬트리올로 돌아온 오후에 우리는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식당에 갔다. 이 곳은 남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식당이다. 남편이 One and Only라고 말할 정도로 이 식당을 좋아한다.
서버 할아버지가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인사했다. 북경 오리집에서 본 그 사람이었다. 우리가 수근거리자 딸아이가 눈치채고 호텔로 돌아가자고 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었다.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요리를 해주는 식당에서 손님은 왕이 아니다. 착하게 살아야한다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가족들에게 상처가 된 북경오리집에 다시 못 갈 이유가 없다.
차로 캐나다 국경을 넘을 때와 공항에서 미국 세관 검사를 받을 때 남편의 태도는 달랐다.
나의 두번째 외국, 다섯번째 동네로 무사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