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3주째 길 건너에 있는 스포츠센터 써머캠프에 다니고 있다. 아침마다 스포츠센터 문 앞에서 집으로 다시 가고 싶다고 딸아이는 말하지만 오후에 내가 일찍 데리러 가면 딸아이는 나에게 오지 않고 손만 흔들어보인다. 덕분에 냉장고 속 같은 스포츠센터에서 둘째와 나는 시원하게 딸아이를 기다린다. 앞으로 오랫동안 학교 가기 싫어,는 이른 오후의 나를 서두르게 만드는 딸아이의 주문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스포츠센터를 오고가는 무더운 길이 머리칼 사이로 땀이 내리는 아이의 낮잠같다. 이 여름도 언젠가는 꿈에서 깨어나겠지.
둘째의 아침을 차려주고 허기진 나는 비빔면 두 개를 꺼냈다. 내가 욕심만 부리고 먹다 남긴 음식을 늘 조용히 가져가는 동생 생각이 났다. 어릴 때 맛있는 반찬을 내가 다 차지하면 화를 내던 동생이 더이상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아 재미가 없다고 동생한테 말했더니 동생이 대답한다. 어차피 누나가 남기면 내가 먹는데. 비빔면을 그릇에 옮겨담다가 다음에 동생이랑 밥을 먹게 되면 먼저 동생 그릇에 내 몫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살 빼라고 구박해야지. 이럴 때 나는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실감한다. 동생과 매일매일을 함께 할 수 없는 지금말이다. 우리가 어느 날 같이 살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아마 비극일 거라는 예감이다. 나는 비빔면에 스리라차소스를 잔뜩 뿌리고 메이플 시럽까지 넣어서 맛있게 다 먹었다.
한여름은 가을로 자란다. 둘째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낮잠에 빠져있는 걸 나는 잠깐 구경하다가 아이 옆에 누워 같이 잔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