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여전히 초보

by 준혜이

보기보다 운전은 어렵다. 운전면허증을 딴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초보 운전자다.


내 주변에 운전을 어려워 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차만 생기면 어디든지 쉽게 운전해서 갈 수 있을거라 믿었다. 트럭 기어를 바꿔가며 1종 보통 면허를 한 번에 따 낸 나는 조수석에 앉아 매뉴얼 차를 한 번도 운전해 본 적 없는 남편을 비웃을 자격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가 운전대만 잡으면 나의 충성스러운 운전수, 나에게 목숨걸고 운전을 가르치는 선생님, 남편이 초능력자처럼 느껴진다. 도대체 남편은 그동안 어떻게 운전을 하면서 나랑 말을 하고 에어컨도 껐다켰다 한거지.


운전석에 앉으면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 뒤를 따라오다 옆으로 쌩하니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나를 노려보고 가는 수많은 운전자를 나는 의식하지 못한다. 남편이 그들을 목격하고 나에게 말해주어도 불쾌하지 않다. 서툰 일에 마음을 빼앗겨 이 세상에는 나와 자동차 둘 뿐이다.


당신은 내가 되어 운전대를 잡아보지 않았고 나 역시 당신의 몸을 입고 운전석에 앉지 않았으니 길 위에 있는 우리는 서로를 초보운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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