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일상의 희노애락이 내 일생의 깊이보다 더한 것 같은 가을이다. 차갑게 식은 놀이터는 여전히 좋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날 수 있을 만큼 머물기는 힘든 계절이기도 하다.
딸아이에게 친한 친구가 생겼다. 딸아이가 그 친구에게 내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가르쳐 주고 온 날, 딸아이는 하루종일 그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갑자기 딸아이는 한숨을 내쉬며 옛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보고싶어했다.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나의 기다림과 그리움의 무게가 예전보다 가벼워졌다고 해서 딸아이의 심각한 표정이 귀엽다 말하고 웃는 건 예의가 아니다. 다섯살 인생의 깊이에도 제대로 된 수영법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때까지 우리가 닮아갈 계절에서 딸아이에게 지키지 못할 내 속마음을 혼자 미리 고백해본다. 그 때는 누가 정말 아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