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이가 똥이 어떻게 자기 몸 속에서 나오냐고 자꾸 물어봐서 나는 책을 한 권 샀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몸 속의 장기를 통과하면서 똥이 되어가는 걸 그린 단순한 그림책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섯살 딸아이에게는 조금 어렵고 나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책 '똥의 정체'다.
이 책은 균과 우주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 몸 속에서 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똥이 생태계의 균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끝맺는다. 나는 배꼽 때의 균을 모아 치즈를 만들 수 있고 NASA에서 방귀와 똥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죽어 세상에 이로운 똥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지구를 벗어나면 방귀와 똥은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 방귀가 덩어리로 우주선 안을 떠다니다 우주비행사 얼굴에 들러붙을 수도 있고 기계의 불꽃에 닿으면 우주선 안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지금은 우주정거장에 화장실이 있지만 예전의 우주비행사는 비닐주머니에 똥을 싸고 살균제를 넣어 자신의 똥을 직접 손으로 마사지했다고 한다. 살균제가 골고루 섞이지 않아 균들이 비닐주머니 안에서 번식해 비닐주머니가 우주선 안에서 터진 적도 있다고 하니 우주 비행사는 똥이 마려울 때마다 지구를 더럽게 그리워했을 것 같다.
들어가는 것이 있으면 나오는 것이 있는 법. 가정에서 시작해 학교와 사회에서 받은 교육은 우리를 말과 생각, 마음으로도 똥을 싸게 한다. 그동안 내가 집 안에서 이 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내 온 생애를 바쳐 만든, 세상을 망치는 똥이 되지 않게 바른 태도로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워야한다.
우주비행사처럼 내가 싼 똥을 외면하지 않고 책임지는 생활은 지구에서 더 가치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