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공감과 이해

by 준혜이

낮잠 자는 둘째를 휴가 중인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딸아이와 태권도장에 갔다. 남편없이 운전하는 태권도장 왕복 10분이 최근 내가 이룬 가장 큰 성취다. 태권도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소방차와 엠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30초만 느리게 운전했어도 나는 저 도로 위에서 우왕좌왕 했을 것이다.


딸아이 태권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 앞에서 웃다가 나는 구명조끼없이 수영장에 몸을 띄우고, 물 속에 얼굴 넣는 걸 배운 딸아이가 그 날 하루종일 웃으며 나에게 자신의 수영솜씨를 자랑하던 게 떠올랐다. 그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점점 가능해지는 걸 몸소 체험 기쁨이었는데 나는 제대로 딸아이를 격려해주지 못했다. 내가 이미 많은 일을 어려움없이 해낼 수 있고 못하는 일은 피하면서 살 수 있는 어른이기 때문이었다. 성취의 기쁨에도 공감이 필요하다. 자신의 무능력이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혼자 한 번 운전을 해보니 남편의 지적이 달갑지 않다. 나는 유턴보다 직진에 자신 있는데 직진을 계속 하다보면 유턴 할 일이 많아진다. 조수석에서 자신의 맨 처음 운전을 떠올리지 않는 남편의 초보운전을 내가 볼 수 있었더라면. 망각의 동물에게 이해심은 사람이 되는 이다.


나는 월요일에 운전 학원 선생님에게 운전 연수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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