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짜고 달고 마드리드

by 준혜이

스페인에 있을 열흘 간 우리가 쓸 자동차에 짐을 실으면서 남편이 작은 캐리어를 가져온 게 다행이라고 했다. 유모차는 트렁크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뒷좌석 바닥에 내려놓았다. 좁은 길에 알맞은 작은 차들은 옆 차선으로 버스가 지나가면 더 작아졌다.


숙소 앞 주차장에서 유모차를 꺼내다 나는 그만 옆 차 문을 해치고 고민 끝에 도망쳤다. 마음에 수갑을 채우고 발걸음에 모터를 달아 주차장을 벗어나는데 어떤 여자가 가방 속에 있던 내 지갑과 둘째 옷을 들고 나에게 뛰어왔다. 그 여자가 보는 앞에서 지갑을 뒤져 나는 없어진 게 없다는 걸 확인했다. 나에게 괜찮냐고 묻는 여자에게 고맙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를 구경하던 아저씨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 표정과 말투는 여자와 그 여자 멀찍이 떨어져 서 있던 남자가 소매치기라고 하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의 잘못만으로도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는데 도움인지 도둑인지 모를 사람들까지 나를 여기서 내쫓는다. 잡히기 전에 자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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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에게 숙소 열쇠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듣고나서야 우리는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분의 열쇠를 둘 곳이 마땅치 않다고 방문에 꽂아놓고 외출하면 밖에서 문을 열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저녁이 다 잠에서 깨어났다. 문을 잘 잠그고 밥을 먹으러 나가는데 남편은 내 몫의 열쇠는 잘 챙겼냐고 물었다.


문에 걸어놨어.

그러면 안된다고 했잖아.

걸어놨다고.


우리는 잠긴 문을 여는 데 서툴렀다. 남편이 옆 방문을 두드려 아저씨를 방에서 나오게 했다. 남편은 아저씨에게 열쇠를 주고 방문 좀 열어달라고 말하면서 판토마임 같은 것도 했다. 우리가 5분동안 씨름 한 걸 1초 만에 해결하고 아저씨는 사라졌다. 현관문 외시경에 매달린 열쇠는 구멍에 꽂혀있는 것과 어딘가 걸려있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 보여주었다. 같은 말로 그리는 다른 그림이 바로 결혼이지. 나는 남편을 놀리고 싶었지만 어른답게 내 몫의 열쇠까지 남편에게 주는 걸로 그의 불안을 마무리했다.




맥도날드에서 해피밀을 사고



우리는 평화로운 식사를 했다. 하몽이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멜론도 처음 먹어본다.


누가 현지인이고 관광객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관광객 뿐 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으로만 걸어들어간다.


츄로스와 핫초코를 다 못먹고 남겼지만 아쉽지 않았다.


맥주를 사서 숙소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밤 열 시가 넘으면 가게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다. 6시간 시차는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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