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예술가

by 준혜이

우리에게는 뒷정리가 늘 문제다. 딸아이가 원하는 만큼 실컷 놀게 해 주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딸아이는 장난감이나 물감을 가지고 다 놀고 난 후에 정리를 하면 다시는 그 놀이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고 싶지 않아 어질러진 집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
딸아이 몰래 누텔라를 한 숟가락 퍼먹는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미술시간을 좋아했다. 미술실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복도를 걸어가는 게 즐거웠고 무엇보다 미술 선생님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대신 데칼코마니와 콜라주를 괜찮게 해냈다. 내 마음 가는 대로 물감을 짜고, 종이를 찢어 붙이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작품이 완성된다.

우리 집 거실이 내가 좋아하는 데칼코마니와 콜라주가 되어있다. 내가 좋아했던 놀이를 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닮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딸아이, 어른이 된 내가 여기저기서 배운 것들로 가르쳐 작은 어른이 된 딸아이. 그렇다고 어질러진 거실이 그럴듯한 작품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일은 더럽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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