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죄책감

by 준혜이

6월 말 예방 접종날부터 둘째의 오른쪽 뺨에는 모기 물린 자국같은 게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질 줄 알고 그냥 두었는데 아니었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급하게 병원 예약을 잡고 의사를 만나러 갔다. 아이 얼굴이 언제부터 이랬냐는 간호사와 의사의 질문에 나는 1주 정도 된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다.

첫째 딸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 겨울, 우리는 한국에 있었다. 딸아이가 감기에 걸렸었는데 열은 없고 기침만해서 병원에 가지 않았다. 기침이 생각보다오래가는 것 같아 찾아간 소아과에서 의사는 딸아이의 상태를 살피며 말로 나를 공격했다. 의사가 딸아이가 이렇게까지 아픈 건 내 탓이라고 내 두 눈을 바로 보며 여러 번 말한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나는 딸아이가 조금만 아픈 것 같으면 병원으로 달려갔다. 미국 의사는 나에게 아이가 열이 날 때마다 병원에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둘째를 보던 의사는 가벼운 습진이나 침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고를 처방해주고 하루에 두 번, 아침 저녁으로 둘째 얼굴에 얇게 발라주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5일 정도 발라보고 차도가 없으면 연고를 그만 바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 내 탓이라고 한다면 나는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이미 나는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 모르게 엄마로서의 나를 수없이 의심하고 자책해왔다.


의사는 엄마의 얘기보다는 아이의 상태를 보고 진단한다. 내가 한 거짓말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아이가 아픈 게 내 잘못일까봐 아이 병원에 가는 걸 미루고, 의사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엄마라니! 나는 오늘부터 우리 가족을 위해서 죄책감없이 뻔뻔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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