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맡의 무법자

by 준혜이

모두가 침대에 세로로 누워있을 때 둘째는 혼자 가로로 누워 온 가족을 괴롭힌다. 밤마다 겪는 둘째의 발길질은 딸아이가 우리 침대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떠나기 전까지 계속 될 것 같다.


아이들 옆에 누워 책을 읽어주는데 내 귀에 수상한 소리가 들린다. 둘째가 딸아이 베개에 누워 딸아이 머리를 박력있게 쓰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둘째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누나 좀 그만 때리라고 말로 혼냈다. 둘째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한다. 조만간 사랑의 매도 없는 비무장 우리집에 둘째 전용 맴매가 생기고 말 것 같은 예감이다.


잠투정을 하는 둘째는 술 취한 아저씨같다. 딸아이는 둘째가 휘두르는 손과 발에 온몸을 맞았다. 이번에는 못참겠는지 딸아이가 둘째의 두 손을 꽉 잡고 둘째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 가져갔다. 누워있던 나는 딸아이가 둘째 코를 깨물까봐 벌떡 일어났다.


너는 착해. 이렇게 아 예쁘다 해야지.


둘째의 눈을 바로 보면서, 둘째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딸아이가 주문을 걸었다.


나는 예상치못한 딸아이의 다정한 말과 행동이 내가 받아본 최고의 성적표인 것처럼 기뻤다. 하지만 이런 나의 이기적인 기쁨을 티내면 딸아이가 웃는 내 얼굴을 위한 연기를 하며 살게 될까봐 딸아이를 적당히 칭찬해서 재웠다.


둘째 전용 맴매는 초콜렛으로 대신해야하는 걸까. 우리가 여태 딸아이한테 그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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