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옷차림에 모든 계절이 들어있다. 나는 거의 매일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얇은 울코트를 입었다, 벗었다, 단추를 잠갔다, 풀렀다 한다. 눈부신 햇살에 바람도 부지런한 날씨다.
에반스톤에서 시카고 다운타운까지 차를 빌려서 나갈까, 기차를 타고 갈까, 우버를 탈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우버를 불렀다. 남편은 에반스톤 호텔 직원에게 시카고 다운타운의 같은 호텔 프론트에 카시트를 맡길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전화통화를 마친 직원이 우리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고맙다고 말하고 직원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시카고 다운타운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아이들의 카시트를 들고 시카고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카시트에 앉은 기억이 없어서 그런 지 나는 아이들이 카시트 없이 차를 타는 것에 대해 관대하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교통사고의 결과가 참혹해진다는 걸 알지만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을 거라는 순진한 착각에서 벗어나는 건 무섭다. 이런 나에게 아이들 카시트를 전혀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챙기는 남편은 일종의 경고다.
오랜만에 다시보는 시카고는 여전히 멋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가 떠오르면서 이제 여섯살인 딸아이가 고등학생같아 보였다.
나는 어디서나 정처없이 걷는 걸 좋아하지만 시카고에서 걷는 일은 더 즐겁다. 그건 바람에 날리는 여자들의 치맛자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카고를 누비는 수많은 마릴린 먼로들. 나는 한 여자의 속옷을 보았다. 남편에게 그 속옷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다가 욕을 먹었다. 바람이 속옷의 일탈을 부추긴다. 나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쇼핑을 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