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진짜 안녕

by 준혜이

앞집 가족의 계획대로였다면 우리가 에반스톤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앞집은 빈 집이었어야했다. 하지만 이사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뜻하지 않게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나 생겨버렸다. 그 일주일동안 나는 앞집 가족의 큰 딸이 된 것처럼 그 집을 들락거리며 그 집 애들, 우리집 애들과 뒤섞여 놀았다. 우리가 터뜨린 물풍선은 600개가 넘고 우리가 사들인 손바닥만한 물총은 25개나 된다.


헤어질 날이 정해져 있는 사이에 오가는 좋은 말과 좋아하는 마음은 나를 자주 슬프게 했다. 남겨지고 싶지 않고, 떠나고 싶지 않고, 지루해하고 싶지도 않은 욕심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오염시킬 수는 없어서 나는 앞집 아저씨가 부지런히 따라주는 와인을 다 받아마시고 쓰러졌다. 앞집 부부에게 내가 결혼식때도 저랬다며 걱정말라는 남편의 말소리가 나를 안심시켰다. 아주 오랫동안 나를 떠나지 않기로 약속한 목소리가.


이삿짐 트럭이 채워지는 동안 아이들은 차고에서 짐을 싸고 남은 박스로 집을 만들어 놀았다. 슬퍼하는 눈을 들키지 않고 마음껏 앞집 가족을 바라보고 싶어서 썬글라스를 썼는데도 나는 누구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트럭이 떠나고 빈 집이 된 앞집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피자를 먹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음날 새벽 3시면 차를 타고 새로운 도시로 떠날 앞집 아이에게 나는 가기 전에 우리집 초인종을 꼭 눌러달라고 부탁했다.


밤 열 두시에 나는 아주 진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출장 간 남편이 앞집 가족이 떠나기 20분 전에 도착해서 우리의 작별인사가 완벽해졌다. 초인종이 참을성 없이 여러 번 울리고 잠든 둘째를 뺀 온 가족이 우르르 내려가서 앞집 아이를 맞이했다. 앞집 차고 앞에서 모두 예의 바르게 포옹을 나누고, 눈물도 조금 흘렸다. 자동차 경적을 크게 한 번 울려달라는 나의 농담에 앞집 아저씨가 두 번이나 경적을 울리면서 떠났다. 우리는 웃으면서 헤어질 줄 아는 어른인 것이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더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대로 작별하지 못한 일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자정의 커피가 하는 일이 다 그렇다고 떨쳐버리기에는 내 잘못이 너무 크고 분명한 일들이었다. 그래서 이제라도 다정하게 마음속으로 안녕, (나는 어쩌다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헤어지는 생활을 하게 되고 말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헤어지긴 하지만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서로를 가끔 떠올리다 잊고 지내는 시간들이 나를 다치게 하는 것 같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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