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저, 오하나 역 마시멜로 출판사

by 준혜이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리 내어 웃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나는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전자책을 삼) 킥킥거렸다. 그렇게 재미있는 만큼 슬프기도 해서 앉은자리에서 책을 한 번에 다 읽을 수는 없다.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아이씨, 하면서 스마트폰을 내팽개치게 되니까. 그렇다고 울지 않게 되는 건 아니고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서 더 슬퍼진다. 그러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킥킥댈 수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장례식장 직원으로 일한다는 게 다른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업무의 차이일 뿐. 그 업무라는 게 죽은 사람의 몸을 매일 봐야 하는 거라서 좀 그렇지.

“나는 내 직업이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혼’이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이 죽은 후에야 생기는 것이라면, 내 일은 남들보다 죽음에 좀 더 가까이 있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니까” (22쪽)

죽음을 가까이 대하면서 살아가는 작가는 본인이 살아있다는 사실 또한 가깝게 느낀다. 복잡한 자신의 인생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타인의 죽음을 다루는 동안 견딜 만한 것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일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난 남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남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남들의 눈치를 덜 볼 수 있고, 비주류 지식을 익혀둬야만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234쪽)

한 사람의 인생에서 죽음 자체는 인생의 절정이고 그 결말은 아무래도 죽은 사람을 보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다. 어차피 죽는 건 나 혼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무연고자의 죽음도 결국에는 장례식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책의 주인공이 되고, 자살자에게는 살아서 가져본 적 없는 별명이 붙기도 하니까. 그것도 본인의 죽음을 감당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죽음마저도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끔찍한 시신들을 어울리지 않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겁고 심각한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 (139쪽)

“가끔 생각한다. 부모가 죽고 난 후에 보이는 행동으로 효자인지 불효자인지 따지는 게 제일 우스운 일이자 자기 자신을 속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이다. 도대체 ‘효도’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내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보던 모습들이 진정한 효도이고 이곳 장례식장에서 보는 모습들은 조금 가짜 같다.” (166쪽)

아이씨.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효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뭐 그것도 부모님이 젊었을 때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 라는 생각이다. 엄마가 어깨 수술을 받고, 무릎 수술까지 받았는데 나는 가볼 수 없었다. 다섯 살 된 아들이 마흔도 안된 엄마의 죽음을 상상해보면서 슬퍼하는 걸 귀엽다고 지켜보는 나도 우리 엄마, 아빠 자식인데.

“퇴직한 후에도 계속 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예배당에 있는 관 앞에 서서 나는 생각했다. 지금 저 안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하고.” (251쪽)

작가가 이렇게 생각한 뒤에 생겨나는 힘으로 다시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무언가 정비되고 단순해지니까.

에필로그에는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써놨는데 그걸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못인 줄 모르고 하는 잘못, 잘못인 줄 알면서 모르는 척 저지르고마는 잘못 전부 다. 작가가 언젠가는 사랑하는 여자와 꼭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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