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의 이름은 내 인생에 언젠가 한 번은 알고 지냈을 법한 사람의 이름. 어제는 주영준이 오늘은 강진주가 내 이름이 제목인 스팸 메일을 보내왔다. 사이좋게 위아래로 붙어있는 발신자와 나의 이름. 출석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김영호와 이재민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번 쓴 이름으로는 다시 스팸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건지 발신자의 이름이 겹치지 않는다. 연예인 이름도 별로 없다. 이것도 누군가 공들여하는 일, 쉽지 않은 일, 생계인 걸까.
스팸 메일의 내용은 대부분 돈을 줄 테니 블로그를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그걸 알면서도 어떤 이름은 사람을 기대하게 한다. 사람 이름이 아니라 무슨 영화 제목을 읽은 것 같이 만든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보고 나서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여전히 잘 알고 있는. 이 세상에 나의 이름으로도 스팸 메일이 무작위로 뿌려지고 있을까.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주변에 없을만한 이름도 아니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살면서 잘못한 일을 떠올려보고, 사과했어야 할 사람들의 이름도 떠올려본다.
나를 아는 사람에게,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스팸 메일을 보낸다. 그 내용은 돈을 주겠다는 것도, 돈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아니고 기억하고 있냐고 묻는 것도 아니다. 이제 와서 해봤자 소용없는 말, 아무 의미 없는 말, 읽히기도 전에 지워져 버릴 그런 가치 없는 말을 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스팸 메일. 발신자의 이름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수신자는 알고 있다. 수신자의 이름은 내 인생에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만나게 될 법한 사람의 이름. 나의 생계와는 상관없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