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당근을 좋아해

by 준혜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딸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낮잠도 없이 밤 늦게까지 논다. 시어머니께서 딸아이와 놀아주시는 동안 나는 딸아이 눈치를 보지 않고 둘째에게 애정표현을 한다.


우리는 당근을 사서 동물원에 갔다. 어젯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동물원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미니밴의 문을 열고 사파리에 들어서면 파리가 우리를 반긴다.



작년에 왔을 때보다 딸아이가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잠이 모자란 탓 일수도 있고 남편이 동물들을 무서워하는 걸 보기 싫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의 비명소리가 커질수록 시아버지의 웃음소리도 커졌다. 시아버지는 일부러 당근을 차 안 쪽에서 흔들어 동물들을 유인하셨다. 둘째는 아기띠 속에서 잠을 잤다.


사슴뿔은 나무같다. 사슴은 다른 동물들보다 우아하게 당근을 받아먹고 천천히 걸어갔다. 뿔 때문에 머리가 무거워서 그럴 수 밖에 없어보였다. 삶의 무게는 우리의 태도를 바꾼다. 사슴의 걸음걸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른들은 웃고 떠들고 즐거웠다. 딸아이는 아무때나 큰소리로 웃고 화낼 수 있어서 그런 지 시끄럽게 즐거워하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둘째가 신나게 수영장에서 기어다녔는데 수영장 바닥 페인트가 아이 발을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집에 돌아가기 전 동물원 직원에게 아이 발을 보여주었다. 직원이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알 길이 없다.

몬트리올에 들러 저녁을 먹고 집에 왔다. 딸아이가 우리의 기대보다 즐거워하지 않아서 사파리는 둘째가 조금 더 크면 와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의 즐거움은 소박하고 어른은 강박적으로 즐거울 만한 일을 계획한다. 주말마다 피곤하게 반성하지만 아이가 커서 스스로 보는 세상과 어른이 보여주는 세상의 차이가 우리의 사랑이고 노력인 것 같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Parc Safari 850 Route 202, Hemmingford, QC J0L 1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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