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밤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by 준혜이

편식하는 아이도 무럭무럭 자란다. 먹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을 뿐 먹는 양은 남부럽지 않으니 그렇다. 흰쌀밥과 계란 후라이, 김으로 하루 세 끼 혹은 네 끼, 다섯 끼까지 먹는 딸아이에 대해 생각해보다 결국은 다 내 잘못이라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이 가끔 생기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아이가 계란 후라이만 좋아해서 간편해진 나의 요리 생활을 이제와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어떤 날에는 내가 딸아이, 아들, 남편, 내가 먹을 음식을 다 다르게 요리한다. 그것도 모두 다 다른 시간에.

계란 후라이가 익어가는 동안 그 앞에서 헤드폰을 쓰고 숱한 밤들을 들으며 춤을 춘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반숙 계란 후라이를 망치지 않으려면 노른자를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닭과 계란이 함께 들어가는 음식은 만들지 않겠어, 그렇다면 충동적으로 볶음밥만 만들지 않으면 돼. 빠빠빠~ 빠 빠빠이 야이야 하아~ 우우우우우~ (숱한 밤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문득 먹고사는 일이 신성하다 여겨진다.

아, 너를 포기해야 하나 나를 포기해야 하나 (숱한 밤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아무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이런다. 남편을 위해서 고기를 굽고, 아들을 위해서는 우동을 끓이고, 딸에게는 계란 후라이를 그리고 나는 커피와 달콤한 모든 것. 밥상머리 교육 따위 없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할 거야. 빠빠빠~ 빠 빠빠이 야이야 하아~ 우우우우우~ 사랑을 믿지 못하던 나였었지만 어느새 조금씩 빠져드는 나를 어쩔 수 없었지 (숱한 밤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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