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by 준혜이

우리가 같은 나라에 살고 있었을 때, 서로를 향한 문자의 시작은 거의 대부분 뭐해,였다. 지금은 잘 지내, 잘 지냈어, 로 시작해서 잘 자, 좋은 하루 보내, 로 끝난다. 보고 싶다고 하는 날도 있긴 한데 어제는 이대로 세월이 하루는 천천히, 한 달, 일 년은 쏜살같이 흐른다면 더 늦기 전에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친구 말로는 친구들과 가까이 살고 있어도 나이가 들면 예전같이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라면 그러지 않을 거야. 이미 오래전에 그래 봤으니까.

오랜 세월 유지했던 나의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목숨 같은 나의 기타를 헐값에 팔아버렸지. 미안해 멤버들아 나는 더 이상 인디밴드를 하지 않을 거야. 함께 울며 웃으며 연주한 추억은 가슴속에 남길게 (알앤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우리는 악기 연주 대신 술을 마시며 노래방에 다녔지만, 어느 순간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모습은 인디밴드의 해체와 다를 바 없었다. 내가 헐값에 팔아버려야 할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내가 치러야 할 나잇값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면 남는 건 혼자, 파산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네 이런 비호감적인 음악을 해봤자 더 이상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앤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친구가 친정 엄마의 시간을 빼앗아가며 엄마 노릇하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걸 알고, 나는 그러지 못해서 온도가 아주 낮은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내가 치르고 있는 나잇값은 혼자, 파산 상태라는 것을 느끼며 친구에게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울리고 싶어.


우리의 삼십 대 마저도 끝나간다. 그래서 뭐. 세이 알앤비 알앤비 소리 질러 워어어 워어어 (알앤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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