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나는 1년을 사이에 두고 같은 날 태어났다. 언니의 남편과 나의 남편이 같이 축구를 하는 사이여서 어느 날 불쑥 우리도 친구가 되었다. 언니의 아이들과 나의 아이들은 모두 동갑,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자의 피로와 어떤 경지를 인식하며 우리는 예의 바른 인사로 서로를 환영했다. 언니와 처음 만난 날,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받다가 우리의 생일이 같다는 것, 내가 전학하기 전까지 같은 중학교를 다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웬만하면, 아니 웬만하지 않아도 나는 언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언니의 남편이 삼겹살을 굽는 동안 우리는 돼지고기의 등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가장 높은 등급의 삼겹살은 파운드당 14.99불로, 방목해서 키우는 돼지의 뱃살이었는데 언니는 그 바로 아래 등급의 삼겹살을 사 왔다고. 나는 방목된 돼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녀 근육이 생겼을 테니 맛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니의 집에 함께 모여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돼지의 입장까지 헤아릴 마음은 없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상 위에 올라와 있지도 않은 소고기를 욕하기도 했다. 어쩐지 세상을 공평하게 대하는 사람이 된 기분으로 삼겹살을 끊임없이 굽고 있는 언니의 남편에게 이거 다 익은 거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듯이 애교를 떨어보았다. 내 옆에서는 먹는 행위로 등급을 매긴다면 최상급일 나의 남편이 성실하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순간 남편에게 시급한 건 방목, 방목이라고 외칠 뻔했다.
모두의 젓가락질이 서서히 느려지다 결국에는 멈추었고, 우리는 제대로 앉아있기가 힘들어졌다. 남자들은 소파 위에 몸을 120도 각도로 펼쳐 앉았고 여자들은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패배자의 배 부른 모습으로. 나는 바닥에 앉아 언니 남편의 맨발을, 그 발등에 난 털 무리를 바라보며 애완동물 같다고 생각했다. 늦은 밤 커피를 마시는 대신 우리는 뜨거운 음식을 먹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뜨거운 칼국수를 그릇에서 바로 입으로 가져가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자와 칼국수를 숟가락에 올려 식혀먹는 자, 정확히 둘 씩, 반으로 나뉘었다. 언니가 바글바글 끓고 있는 찌개와 돌솥밥을 차려놓고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다고 말할 때, 뜨거운 음식은 식혀먹어야 한다고 해서 일어난 부부싸움이 식탁 위의 음식을 먹기 좋게 식혀놓았다는 언니 남편의 이야기, 자신이 나눠 준 음식을 받아먹고 다 벗겨진 나의 입천장을 이야기하는 나의 남편. 우리의 존재 자체가 부조리한 세계라는 걸 깨닫고 사소한 일에 서로 불화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뜨거운 보리차를 각자 원하는 온도에 마시거나 말거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태어나서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스스로 걸어본 적이 없는 언니 아들의 발바닥을 주무르며 잘 있으라고 인사한다. 언니가 신기에는 조금 작고, 내 발에는 넉넉한 언니의 운동화를 신고 집에 간다. 똑같은 운동화를 내 돈 주고 살 수도 있지만 꼭 언니가 신던 운동화를 가져야겠다고 해서 남편에게 욕을 먹고, 언니의 남편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언니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웃으면서 짜증을 부리긴 했지만 안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어떻게 사람 발등에도 털이 나는지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 해보았다. 평생을 걷지 않아도 때가 되면 사람의 발바닥이 단단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몰랐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