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by 준혜이

잘 지내? 난 잘 지내. 이 두 마디가 시작되어 닿는 곳까지의 변덕스러운 거리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겨울이고, 하얗게 눈 덮인 세상을 보았고, 영화 제목보다 먼저 떠오르는 오겡끼데스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러브레터를 보고 쓴다. 나의 모든 후지이 이츠키에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 불가능한 대화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이 세상 밖으로 몰아내지 않는다, 죽음이 삶이었다 한 순간에 멈춰버린 그 자리를 지워버리지 않는다. 이건 와타나베 히로코가 죽은 연인에게 보낸 편지가 그와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았다는 사실이 정확하게 밝혀질 때 히로코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편지는 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에 대해, 무언가 사라지고 난 뒤 깨닫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제대로 떠올릴 계기가 없었을 뿐 그것들이 다 지나고 사라져 버리고 소용없는 일은 아니라고. 히로코가 이츠키에게 받은 편지들을 도로 돌려주고 이츠키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히로코에게 부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다.

한 때는 가까운 사이였는데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게 된 친구, 언니, 오빠, 동생, 아줌마와 아저씨. 그들과 함께한 어느 한순간을, 시간을 여전히 떠올려볼 수 있다.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 데스.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한 이름을 애써 부르며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을 천천히 알아나갔지만 어쩌면 그 인연으로 스스로를 강화해낸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모두 후지이 이츠키로 죽거나 후지이 이츠키의 묻어둔 기억으로 살아남아 다른 세계로 넘어가버렸다.

어리고 서툴렀던 순수, 후회와 그리움으로 성장을 멈춘 듯 한 마음으로 로그인을 하고 20불을 100불로 불렸다가 800불로 만들었다가 결국 2센트로 파산한 인터넷 카지노 계정, 영원히 기억될 내 가장 최근의 후지이 이츠키에게. 잘 지내니? 난 잘 못 지내. 그러니까 다 다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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