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2인조

이석원

by 준혜이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과 마이 앤트 메리의 정순용이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월요일 밤마다 선곡 대결을 펼칠 때 나는 그들이 추천해주는 노래보다 남자 셋이 떠는 수다에 거는 기대가 컸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사람은 이석원을, 노래는 마이 앤트 메리를 좋아했다. 말하는 이석원은 웃기고, 언니네 이발관 노래는 들을 때마다 가사를 찾아 읽게 만들더니 그는 이제 빌려볼 게 아니라 같이 살아야 하는 책을 쓴다. 그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면 친절히 답글을 해주기도 한다. 역시 사람은 이석원이 더 좋고 노래는 마이 앤트 메리가. 그래서 지금 아주 오랜만에 마이 앤트 메리의 강릉에서와 공항 가는 길을 듣는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명은 일본 성인 영화 제목에서 따온 거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발이라는 말을 소리 내고 싶어 사람들의 머리카락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고 있다.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이 내가 이발하셨네요? 하면 그 말을 들은 상대는 이발? 하고 웃는다. 어떤 사람이 어, 저기 이발소에서,라고 대답해준 날, 이발관은 이발소보다 더 규모가 있는 건가 보다고 생각했다. 언니네 이발소였으면 별로였겠는데, 이런 말은 지겹게도 들었겠는데, 라는 생각까지.

이석원의 2인조가 나오기 전에 그의 모든 산문집을 차례대로 다시 읽었다.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을. 아무래도 더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문장으로 만든 기억을 읽거나 정신의 몸은 문장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읽기도 했다. 실체 없는 시간의 시체를 끌어안고 있다고 느낀 적도 있고 도대체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만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끝까지 쉬지 않고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책이 사람처럼 구는 것이다.

2인조가 출판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요즘 나를 애타게 하는 게 하나도 없어서다. 이 정도면 됐어. 책을 펼쳐 발이 아파 걷기 힘든 시간을 보낸 그와 같이 잘 걷지 못하는 문장을 천천히 본다. 그러다 점점 자신의 걸음을 의식하지 않는 걸음을 걷는 그와 함께 기뻐하고 나중에는 조금씩 뛰는 그의 문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와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2인조, 몸과 마음의 문제 있는 이중주.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끝나고 마음에 남은 마음을 이렇게 전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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