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하프마라톤 다음은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달리기입니다. 이 달리기 대회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죠, 작년 5월에 처음 주최되기 시작한 행사다. 아니다. 추모 행렬이다. 살아있는 동안 달리기를 좋아했다던 동네 아이의 짧은 생을 추모하는.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각자눈길이 머무는 모든 곳이 낯설기만 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거북하면서 그들의 친절이간절하기만한 그때, 뭐 이런 끔찍한 일이 다 있을까, 울컥, 외면하고 싶어 하면서도 나와 남편은 우리 아이들을 그 추모 행렬에 동참시켰다.
내 아이를 추모하는 행사에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네 호숫가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인사말을 하는 죽은 아이 아빠의 두 손은 울음을 참으며 통곡하는 목소리와 함께 술렁이며 쓰러질 듯이 보였다. 일 년 전의 나는 달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출발선에 모여 선 이 동네 저 동네 소속 달리기 클럽 회원들의 유니폼과 수많은 개인들의 형형색색한 운동화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사람들은 삶이 부재한 아이의 세계를, 앞으로 펼쳐질 그 빈 세월을, 아이의 부모, 가족, 친구들과 함께 헤아려나간다고 순간적으로확신했다. 그러니까 남편과 아이들에게 다음에는 나도 같이 뛸게,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또 한편으로는 이 달리기 대회가 제1회로 끝이 난다 해도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주 일요일 아침이 오면 첫째는 제2회 Emma's Run에서 걸스카웃 친구들과 같이 2.5마일을 걸을 것이다. 둘째는 남편과 함께 정해진 자리에 머무르며 달리는 사람들에게 달리기코스를 안내하거나 물을 나눠 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5마일만큼의 거리와 시간을 온마음을 다해 달려 부재로 존재하는 Emma의 영원을 세어볼 것이다. 어떤 울음은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와 거친 숨소리에환희마저 동반한다는 것을 온 가족이 몸소 배워볼 작정이다.
이것으로 우리 일상의 기반이 삶이거나 죽음인가 하는 경계가 무너질 듯 다 허물어지진 않은 채로희미해지고, 우리가 평생과도 같은 단 하루를 매일같이 맞이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하지만 우리 또한 결국 부재로 존재할 영원이므로 Emma's Run에 관한 이런 말과 글과 생각이 어느 순간 한낱 공백으로 잊힐지라도 상심할 필요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