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수영

by 준혜이

토요일 저녁에는 비가 내렸다. 딸아이는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비가 오면 놀이터에 가는 게 아니라며 딸아이에게 짜증을 부렸다. 딸아이는 우산을 쓰면 된다고 나를 설득했다. 내가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비에 젖고 모래 묻은 아이의 옷, 집에 가자 말한 뒤에 벌어질 아이와의 실랑이를 피하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나는 딸아이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집에 있을 용기가 없다.


비 오는 날 놀이터는 수영장이고 해변이다. 옷에 묻은 모래는 털면 되고 젖은 옷은 세탁기에 넣으면 된다. 스무 살의 내가 비 내리는 날 길바닥에 고인 빗물로 발을 세게 내딛어 친구의 옷을 적시고 낄낄거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의 엄마가 빗물을 갖고 노는 스무 살의 나와 같이 있었다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나를 말렸겠지.


오늘만은 딸아이의 놀이에 나의 수고를 안된다는 말로 아끼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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