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밤 11시

by 준혜이

금요일 저녁 우리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차를 받으러 우버를 타고 공항까지 갔다.차 렌트비를 아낄 수 있어서 공항 근처의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빌린 거였다. 우리는 차 예약 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가 빌린 차는 없었고 렌트카 회사 직원은 50불을 더 내고 더 큰 차를 빌려야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우리는 정말 렌트비를 아꼈을까. 남편은 싸울 기운도 없다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나의 F2비자가 효력을 잃은 상황에서 국경을 넘으면 우리가 다같이 미국에 다시 들어올 수 있을지 없을 지는 알 수 없었다.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잠깐 들어와서 내 할 일을 마치고 캐나다로 돌아가 TD 비자를 받아오겠다는 나의 말을 의심없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없이 들어줄 사람이 국경에서 일할 자격이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금요일에 떠나서 일요일에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나는 나와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한 달은 지낼 수 있을 짐을 꾸렸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스시부페에서 우리는 두 시간을 앉아있었다. 서비스는 느리고 혼자 초밥을 빚고 있는 남자의 손은 바빴다. 식당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그 남자의 두 손 뿐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멀리가지 못하고 멈췄다. 밤 11시 호텔 주차장에서 집에 가고 싶다고 딸아이는 울고
둘째는 편하고 조용하게 잠들고 싶어서인지 눈을 감고 큰 소리로 울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내 안에는 여자의 비명이 끊임없이 울리는 동굴이 있다. 우는 딸아이를 착한 목소리로 달래다가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로 협박하는
내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어보였겠지만 나는 끝나지 않는 나의 비명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듣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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