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오후로 예보되어 있는 아침 날씨가 바깥으로 나가서 달리지 않으면 그대로 낭비인 그런 빛과 온도다. 일기 예보를 믿을 수 없어. 오늘은 언제나 새로운 계절, 같은 속엣말 속에서 집 앞 젖은 땅 위로 허리 숙여 운동화 끈을 고쳐 맨다.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이메일을 확인한다. 소년의 축구 경기 일정을 저녁에서 점심으로 조율해야 된다.
축구장을 끼고도는 짧은 길을 달리기로 결정하고 우리 동네 몇몇 사람들의 달리기 속도에 관해 남편과 이야기한다. 여기선 아무도 이길 생각을 말아야지, 가 결론. 지난 하프 마라톤 막바지에 이르러 경험한 세컨드 윈드에 대한 얘기도 다시 꺼내본다. 남편도 어느 하프 마라톤에서 딱 한 번 겪어본 뒤로 최근까지 그런 일이 없어. 세컨드 윈드는 운일까, 훈련인가, 훈련이지. 잦은 요행을 바라는 내게 달리기는 매정하고 정직하기만 하셔.
중학생은 내일 정오 무렵 집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겨울 폭풍이라고까지 예보된 날씨에 캠프 일정이 하루 일찍 마무리된다. 소년도 예정보다 이르게 축구 경기를 마친다. 그래서 우린 깜깜한 밤을 깜빡깜빡 한 점 한 점 밝히며 내리는 눈을 처음부터 다 같이 본다. 폭설이나 폭풍이란 이름으로 오롯이 고요와 정적만을 의미하는 듯 한 오늘 이 겨울밤,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에게 도달할 무언가 매일 있다고 믿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