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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안 달리기

by 준혜이

어떻게든 매일 달리기를 거르지 않으려는 남편을 존경하지만, 아니,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무리해서, 란 생각이 들어 그를 향해 몰래 혀를 차거나 고개를 내젓게 되고 마는 아침, 저녁을 가끔 맞이한다. 나는 바로 그 지점이야말로 누군가 자발적으로 무엇을 또는 누구를 사랑하는지 그러지 않는지를 뜻하지 않게 드러내는 순간이라 믿고 싶은데, 그렇다면 너는 나를

남편이 이렇게까지 달리기에 매달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몸무게가 있어서이다. 한 발도 달리지 않은 날은 밤잠을 자고 일어나 이를 닦지 않은 듯 찝찝한 그 기분을 온몸과 마음으로 온종일 느끼게 되어서다. 특정 대상 없이도 전혀 꺾일 줄 모르는 승부욕과 중년의 위기의 대결 장소로 달리기만 한 곳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그곳에선 언제나 우위를 차지한 상태로 만만한 나와 함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궂은 날씨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달리러 집 밖으로 나서는 아침. 그 시간 동안 우리 맨 얼굴로 무수히 달려들어 눈물처럼 흘러내린 짧고 가는 흰 실 같은 눈, 잘디 잔 유리 조각 같은 우박, 부풀어가는 팝콘 같은 눈송이. 어제 얌전하고 집요하게 오래도록 흩뿌리는 비를 피해 소파에 한참을 드러누워 안 달릴 땐 따뜻하고 축축해 좋기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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