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을이란 축구의 계절. 그래서 주말마다 온 가족이 소년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를 보러 이 동네 저 동네 차를 타고 전전한다. 해마다 반복되어 무르익은 습관대로 접이식 의자를 축구장 한편에 펼쳐 놓고 앉아, 축구공과 짝지은 춤사위와도 같은 소년들의 움직임을, 이 계절의 한복판을 쩌렁쩌렁 가로지를 응원과 함께 감상하는 것이다. 축구 코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소년이여, 집중하라! 시도 때도 없이 허공에다 지시를 퍼붓는 남편 목소리와 손짓 또한 그럴듯한 구경거리. 어느새 아이들 경기가 끝나면 나도 그 즉시 달리고 싶다는 충동과 집에 빨리 돌아가서 눕고 싶다는 바람이, 왜 아직까지 주말마다 늦잠을 자고 그래, 하는 후회를 동반한 채 마음속에 사무친다.
이번 경기는 바로 옆동네 축구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구글맵을 켜놓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 상태로 남편에게 선언한다. 나 오늘 축구장까지 뛰어갈 거야. 경기 시작 시간에 제대로 맞춰 도착하려면 집에서 몇 시에 나가야 하는 지를 지도 속에서 궁리한다. 아는 길 끝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 축구장까지 이어진다. 달리다가 길을 잃을 것 같으면 발걸음을 멈춰 세운 다음 등 뒤로 맨 배낭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맵을 펼치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면 더 먼 거리를 달리게 될 테니 셋, 둘, 하나, 출발.
우리 동네 축구장을 지나, 농장을 거쳐, 마시면 그날 밤 잠 못 드는 커피를 파는 카페도 건너, 도서관을 지나, 고등학생이 다니는 음악학원도 보여, 태권도장을 지나치자마자 멈춰 서서 구글맵을 확인한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가 옆동네 초등학교 앞에 발길을 세우고 스마트폰을 꺼내 본다.
축구장에 도착해 두 발을 멈춰 세우자, 온몸을 타고 흐르던 땀이 젖은 옷과 함께 차차 식어 견딜 수 없이 춥다. 주차장으로 걸어가 잠기지 않은 남편 차 문을 열고 후드티를 꺼내 입는다. 아무리 소년들이 열심히 뛰어다녀도 골은 도통 나질 않고. 내 옆에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앉은 고등학생이 한 손으로 내 팔을 툭툭 친다. 엄마, 지금 이렇게 생겼어, 나 몰래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늘 나만, 나 혼자만 널 애타도록 바라보고, 마음 졸여가며 지켜보고 있지, 하던 억울한 착각 속에서 깨끗이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이러면 앞으로 자꾸 고등학생 눈에 띄거나 거슬리는 짓을 하고 싶어 질 텐데. 경기 결과는 1:0 내가 낳은 십 세 소년팀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