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하와이로

by 준혜이

남편 친구가 다음 주 수요일,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한다. 청첩장을 받고 우리는 오래 고민했다. 우리는 내일 하와이로 떠난다.


일주일 넘게 비울 집을 정리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심어온 이름 모를 식물이었다. 나와 한 집에서 제일 오래 살아준 식물이기도 하다.

오타와에서 2주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이 식물은 바짝 말라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딸아이가 볼까봐 죽어가는 식물을 내 품에 숨겨 화장실에서 물을 주고 이 식물이 살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들었었다. 생명은 어려워도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요거트 통에 구멍을 뚫고 밖에서 퍼온 흙을 담아 식물을 다시 심어 머그컵에 넣었다. 이 식물을 작고 건강하게 키워 앞으로의 여행마다 레옹처럼 들고 다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늦은 신혼여행을 가는 기분이다. 촌스럽지만 남편 친구 결혼식에 여자들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남자들은 꽃무늬 셔츠를 입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것이란 걸 너무 잘 알아서 우리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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