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언제나 험난한 여정

뉴욕에서 하와이로

by 준혜이

하와이는 멀다. 뉴왁 공항에서 아틀란타까지, 아틀란타에서 호놀룰루까지 비행시간만 10시간이 넘는다.

목요일 밤, 아이들 둘이 놀게 하고 바쁘게 짐을 싸고 있었는데 출장 간 남편의 비행기가 결항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뉴욕 라과르디아 공항으로 도착하는 비행기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고 있지만 남편이 그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우리는 금요일에 아틀란타에서 만나야 한다고 했다. 담담하게 알겠다고 대답해놓고 나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 6시 반 비행기를 타고 싶지 않아서 마음이 복잡했다.

새벽 두 시, 남편이 집에 왔다. 공항에서 집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남편이 코를 골고 깊은 잠에 빠져서 나까지 잠들면 비행기 시간에 늦을 게 분명해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를 데리러 온 택시기사는 그 날 새벽 남편을 라과르디아 공항에서 집까지 태워 온 택시기사였다. 아저씨는 우리를 뉴왁 공항에 내려주고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잘꺼라고 말한 뒤에 하품을 했다. 나는 아저씨가 졸음운전을 하는 건 아닌 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네 사람의 여행짐 치고는 적은 편이라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에 나는 깜빡 잊고 챙기지 않은 것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권만 있으면 나머지 것들은 없어도 상관없다.


비행기 안에서의 우리는 집에서와 별다르지 않았다. 휴가를 내긴 했지만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언제라도 회사일을 할 수 있는 남편은 비행기에서 일을 했다. 제 멋대로인 딸아이를 칭얼대는 둘째를 안고 있는 내가 제대로 돌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우리 좌석이 원래 세 개였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군인아저씨가 좌석을 옮겼다. 좌석 네 개를 차지했지만 우리가 사람들이 여행 중에 피해야 대상이 되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 군인이었어도 자리를 바꿨을 거라는 나의 말에 남편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하게 동의했다.

일하고 있는 남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화장실도 안가고 애들이랑 놀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둘째를 남편에게 안겨주는 순간, 둘째가 남편 컴퓨터를 발로 차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도 나는 화장실에 빨리 가야했다.

나는 둘째를 받아들고 켜지지 않는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남편을 지켜보았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다녔다. 결론은 나도 직업을 갖고 싶다는 거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직업의 세계, 나에게도 그런 세계가 존재하면 좋겠다. 컴퓨터는 켜지고 남편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호놀룰루 공항에서는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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