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여행살림

와이키키에서 Turtle Bay로

by 준혜이

아침 7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North Shore에 있는 Turtle Bay로 떠났다. 카시트에 앉자마자 둘째가 울었다. 둘째는 유난히 차 타는 걸 싫어한다.

둘째의 울음이 길어져 차를 세우고 나는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 둘째를 안고 뒷자리에 탔다.


와이키키에서 우리가 머물던 호텔방에 부엌이 있었는데 우리는 밥을 해먹지 않았다. Turtle Bay 리조트 주변에 푸드트럭이 많긴 하지만 우리는 장을 봐서 앞으로 며칠 간은 밥을 해먹기로 했다.


Farmer's Market에서 애플 바나나, 망고, 파파야를 샀다. 망고는 뉴저지에서 먹던 망고보다 과즙이 많고 달았다. 같은 미국이지만 하와이 과일을 뉴저지로 가져갈 수 없다고 하니 많이 먹고 가야겠다.

여행 3일만에 살림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월마트에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카트에 담았다. 140불어치의 불편함이 해소되었다.

와이키키에서 Turtle Bay는 차로 한 시간이 걸린다. 아침 일찍 나온 탓에 리조트 체크인 시간 3시까지 우리는 여유가 있었다. Dole 파인애플 농장 주차장까지 들어갔다가 배가 고파 밥을 먹고 다시 오기로 했다.



남편과 음식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차 안을 울리던 둘째의 방구소리가 생각났다. 남편에게 차키를 받아서 둘째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뒷좌석 문을 열고 기저귀를 가는 동안 드륵드륵 내 등 뒤로 차 문이 잠겼다. 둘째를 아기띠로 안고 기저귀, 물티슈, 딸아이가 먹다 흘린 식빵 등을 손에 들고 차문을 탁 닫았다.

으아악.

내 비명소리에 남편과 딸아이가 뛰어왔다. 우리는 차창에 붙어 딸아이 카시트 위에 놓인 차키를 보았다.

새우는 맛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하던 남편이 여기서 90분을 기다리면 사람이 와서 차 문을 열어줄 거라고 했다.

간간히 비가 내려도 땀이 줄줄 쏟아지는 더운 날씨였다.


아이들을 더위 속에 방치할 수 없어서 나는 애들을 데리고 푸드트럭 옆 세븐 일레븐에 들어가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차 키를 차에 두고 문을 닫았어요 ••• •••."

내 귓가에는 둘째의 방구소리, 차 문 잠기는 소리, 내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남편이 큰소리 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더운 날씨와 비로부터 보호해야 할 우리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차 문을 여는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저씨는 날씨가 좋지 않으니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얘기를 남기고 떠났다.

이번 일로 우리는 남의 자동차 문을 따고 도둑질을 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편이 요즘 내가 이런 일을 자꾸 벌이는 게 이상하다며 걱정을 했다. 나는 만성피로, 수면부족 탓을 했다.

비가 내려 파인애플 농장에 가지 않았다.


리조트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집에서 떠날 때보다 짐이 늘었다. 여행 중이라고 일상이 멈추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일상이 아직은 빼기가 아니라 더하기라는 걸 두 아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는 집에 가서 청소기나 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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