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꽉 찬 하루

Polynesian Cultural Center

by 준혜이

밤 동안 둘째는 열이 났다. 키친타올을 찬물에 적셔 둘째의 벗은 몸과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기침은 흔한 감기 바이러스 때문이고 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의사에게서 나던 담배냄새가 뒤늦게 나를 화나게 한다. 나는 잠을 설쳤고 남편은 약국 문이 열자마자 해열제를 사왔다. 다행히 둘째는 약을 먹고 열이 내려 아픈 티도 나지 않았다.


아침마다 밖에 나가는 게 딸아이는 신나지 않는 모양이다. 플레이도를 가지고 놀아야하고 비디오를 봐야하고 딸아이도 사실 바쁘다. 그런 건 집에 돌아가서도 할 수 있다고 딸아이를 설득해 바닷가
나무 밑에 자리를 잡았다. 모래사장에 내려놓은 가방만 열면 어디든 우리집이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의 무늬가 된다. 우리가 지구에 그린 사람 무늬도 서로를 위한 그늘이 되어주고 바라보기에 좋았으면 한다.


바닷물이 깨끗하다. 사람과 물고기가 물 안에 같이 있다. 내 품에 안겨 땀을 뻘뻘 흘리는 둘째를 데리고 바다 속에 들어갔더니 너무 좋아한다.

두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온 가족이 차례로 샤워를 한 뒤에 나는 세탁기를 돌렸다. 이대로 저녁까지 숙소에서 쉬면 좋겠지만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아직 남아있다.


Polynesian Cultural Center, 섬 문화를 체험하고, 음식을 맛보고, 공연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역사와 문화가 놀이공원이 되어버린 이 곳을 구경하는 동안 나는 얼떨떨했지만 전통을 지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꼭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Ha, Breath of Life 공연은 정말 좋았다. 우리는 사람이 자연의 일부임을 잊기 쉬운 시대를 이끌며 살고 있다는 외침을 들었다.

딸아이는 기절한 듯 잠들었다. 이도 닦고 땀이 밴 옷도 갈아입어야 했지만 딸아이를 그냥 자게 두었다. 딸아이의 체취가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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