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친구의 결혼식
결혼식에 신고 갈 남편의 신발을 챙겨오지 않아 우리는 아침부터 쇼핑을 다녔다.
호텔 옆 Macy's 에서 전지현 사진과 함께 사진을 찍는 한국인 관광객을 보았다. 가족끼리 여행 온 것 같았는데 나이 지긋하신 아버님께서 고개는 계속 전지현을 향해 있고 발길만 겨우 앞으로 옮기시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우리는 결혼 축하 카드를 사려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호텔 뒷골목 시장 Duke's Marketplace 에 혹시 카드가 있을까 하고 남편이 혼자 뛰어갔는데 불쾌한 일만 당하고 돌아왔다. 남편은 작은 나무 상자를 카드 대신 살 생각이었다. 가게 주인에게 나무상자가 얼마냐고 묻자, 주인 아줌마가 남편에게 얼마에 사고 싶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남편은 부르는 게 값인 가게에서 아무리 싸게 물건을 사도 사기당한 기분이 들 것 같아, 물건을 내려놓고 가게를 나섰다. 그러자 남편 등 뒤로 "오늘은 그지 똥깨들만 오네" 라는 한국말이 들렸다고 한다. 남편이 그 자리에서 가게 주인 아줌마와 싸우지 않고 돌아온 게 대견했다. 나는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남편이 들은 '그지 똥깨'는 '그지 깽깽이'일 확률이 높았다. 태어나서 '그지 깽깽이'라는 말을 하와이에서 처음 들어본 남편이다. 그 아줌마의 가게에 다시 들어가서 나무 상자를 1센트에 사오겠다는 나의 말로 우리는 언짢은 마음을 풀었다. 하지만 하와이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자신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려면 알아들으라는 식으로 한국말을 한 가게 주인 아줌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줌마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도 아줌마의 태도는 길거리에 앉아 구걸하는 거지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나쁘다.
결혼 축하 카드는 호텔 로비 편의점에서 팔고 있었다.
결혼식장은 우리 호텔 앞에서 셔틀버스로 한 시간 걸리는 곳에 있다. 차 사고 때문에 길이 막혀 거의 두 시간이 걸려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7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했다. 우리가 이렇게 먼 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면 어떤 친구들이 와주었을까 생각해봤다.
영화같은 결혼식과 피로연이었다.
신부가 부케를 던져 부케가 땅에 떨어졌는데 아무도 부케를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딸아이가 부케의 주인공이 되었다.
딸아이는 에이미와 에이미 남자친구와 긴 시간 춤을 추고 놀았다. 남편과 나는 자고 있는 둘째를 돌보며 재미있게 춤추는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비현실적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결혼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와이키키로 돌아왔다. 버스 안에서도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신부가 술에 취했다.
나는 버스 속 사람들의 노래와 춤 사이에서 둘째에게 모유수유를 했다. 파티는 우리가족에게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