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하와이 디너 크루즈

by 준혜이

그럴 수만 있다면 아침마다 저절로 내 두 눈이 떠질 때까지 침대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다.

딸아이는 더이상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 둘째의 유모차는 딸아이의 차지가 되었고 나는 둘째를 아기띠로 안고 걷는다.

Ramen Nakamura 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호텔에서 온 가족이 빈둥거렸다. 둘째는 아직도 가래 끓는 기침 소리를 낸다. 호텔 TV의 한국 채널은 켤 때마다 젊은 남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그게 왜 그렇게 웃긴지 TV에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웃었다. 우리 둘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해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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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크루즈를 탔다. 배 안에서 저녁을 먹고 훌라 공연을 보고 금요일밤마다 하는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딸아이와 둘째는 무료로 크루즈에 탄 대신 식사가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딸아이는 스테이크나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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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처럼 무리하지 않고 편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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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 댄서가 바로 내 앞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이 계속 될수록 나는 춤보다 몸을 보고 있었다. 댄서의 배꼽은 직업적으로 예뻤다.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었는지 댄서의 브래지어 끈이 꼬여있었다. 춤으로 먹고 사는 일이 보기보다 우아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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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는 3분 만에 끝났다. 하이라이트는 짧아서 감명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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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서 호텔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간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커다란 몸을 바쁘게 움직여 우리 유모차를 친절하게 버스에 넣고 꺼내주었다. 아저씨를보면서 미소짓고 있는 나를 남편이 놀렸다.

아저씨가 꺼내준 유모차를 받아 길에 펼치고 잘가라는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사이로 남자들이 전력을 다해 뛰어 지나갔다. 좀도둑처럼 보이는 남자, 근처 호텔 직원과 경찰이었다. 경찰은 좀도둑같은 남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생년월일, 이름, 사는 곳을 무섭게 물었다. 남자는 수갑 탓에 강제로 뒷짐을 지고 계단에 앉아 히죽거렸다.

하와이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나는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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