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하와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1

by 준혜이

수요일에 와이키키로 돌아오면서 빌린 차를 돌려줬다. 호텔에 투숙해도 주차비를 따로 내야하는 게 아깝기도 하고 차 없이 와이키키 주변을 걸어다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놀러와서 아무거나 맛있다고 덥석덥석 먹었다가 탈이 날까봐 우리는 조심했다. Turtle Bay 리조트 근처 과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바나나라는 걸 처음 보고 딱 세 개만 사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실 그 과일 가게에서 바가지 쓴 게 짜증나 아이스크림 바나나를 더 사서 먹고 싶었지만 다른 데 가서 사려고 참았다.


아이스크림 바나나를 찾으러 우리는 차까지 빌려 KCC Farmer's Market에 갔다.

그 곳에는 아이스크림 바나나가 없고 애플 바나나만 있었다. 바가지 쓰지 않으려다가 아이스크림 바나나를 영영 다시 맛 볼 수 없게 된 건 안타까웠지만 시장에는 바나나 말고도 먹을 게 많았다. 나의 모든 순간을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으로 여겼다면 나는 밥 대신 아이스크림 바나나를 먹고 행복했을까. 세상에는 바가지를 쓰고도 억울해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소유한다고 해서 내가 아름다운게 아니라는 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름다움을 볼 줄은 알아서 도둑질이라도 해서 모으는 건 형체없는 나의 정신을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 탓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는 동안 각자의 이름을 내 건 박물관을 짓는다.


하와이하면 신혼 여행밖에 떠올리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경치를 보려고 차로 가다서다를 반복해서 화가 난 딸아이도 바다를 보면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더 크면 하와이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주변만 맴돌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하와이에 몸을 던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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